
영화 돈룩업은 혜성 충돌이라는 재난보다 그 재난을 대하는 인간들의 태도를 통해 사회 구조를 해부한다. 특히 권력자, 과학자, 그리고 대중이라는 세 집단의 인물 구성을 통해 위기 상황에서 인간이 어떤 선택을 반복하는지를 보여준다. 2026년 기준으로 다시 보면, 이 인물들은 더 이상 영화 속 캐릭터가 아니라 현실 사회의 축소판에 가깝다.
줄거리
이야기는 천문학 대학원생 케이트 디비아스키가 새로운 혜성을 발견하면서 시작된다. 처음에는 평범한 관측 결과처럼 보였지만, 지도교수 랜들 민디가 궤도를 계산한 뒤 상황은 급변한다. 혜성은 약 6개월 후 지구와 충돌할 예정이며, 충돌 시 인류 문명이 멸망할 가능성은 거의 100%에 가깝다. 두 사람은 즉시 NASA와 미국 정부에 이 사실을 알리지만, 기대와 달리 반응은 매우 미온적이다.
대통령과 참모진은 혜성 충돌을 국가적 위기가 아닌 정치 일정과 여론 관리의 문제로 취급한다. 이 장면은 영화 전체를 관통하는 핵심 전제를 보여준다. 위기는 분명 존재하지만, 그것을 받아들이는 선택이 이루어지지 않는다. 정부의 무대응 속에서 과학자들은 언론을 통해 대중에게 직접 알리려 한다. 그러나 TV 쇼와 뉴스는 혜성 충돌을 심각한 재난이 아닌 가벼운 토크 주제로 소비한다. 시청률과 분위기를 이유로 경고는 웃음과 농담 속에 묻힌다. 케이트의 분노는 과도한 반응으로 편집되고, 랜들은 친근하고 말 잘하는 전문가 이미지로 포장된다. 이 과정에서 혜성은 객관적인 사실이 아니라 ‘찬반이 갈리는 이슈’가 된다. SNS에서는 밈과 해시태그가 확산되고, “돈 룩 업”이라는 구호가 등장하며 집단적인 외면이 하나의 문화처럼 자리 잡는다.
영화는 위기가 어떻게 정보의 홍수 속에서 희석되는지를 매우 직관적으로 보여준다. 여론이 악화되자 정부는 뒤늦게 혜성을 파괴하는 작전을 승인한다. 그러나 이 계획은 거대 IT 기업 CEO의 개입으로 전면 수정된다. 혜성 내부에 존재하는 희귀 자원을 채굴해 막대한 이익을 얻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과학적 성공 가능성은 낮아지지만, 경제적 기대치는 높아진다. 전문가들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이 위험한 계획은 강행되고, 결국 작전은 실패한다. 영화는 이 선택을 단순한 실수로 묘사하지 않는다. 인류는 무지해서가 아니라, 계산과 탐욕을 선택했기 때문에 마지막 기회를 잃는다. 이 지점에서 영화는 재난영화의 틀을 벗어나 사회 풍자로 완전히 전환된다.
돈 룩 업 속 AI와 과학의 경고가 무시되는 구조
영화에서 과학자들은 명확한 수치와 확률로 인류 멸망을 경고하지만, 그 메시지는 끝내 정치와 자본 논리에 묻힌다. 이 구조는 2026년 AI 시대의 현실과 정확히 맞물린다. 오늘날 AI는 기후 예측, 전염병 확산, 금융 위기, 전쟁 리스크까지 분석하며 과학적 경고를 제시한다. 그러나 문제는 기술의 정확도가 아니라 ‘수용 주체’다. 돈 룩 업 속 대통령과 기업가들은 과학을 이해하지 못해서가 아니라, 이해하고도 외면한다. AI가 제시하는 데이터가 정책 결정에 반영되지 않는 이유 역시 불편한 진실을 받아들이는 순간 기존 권력 구조가 흔들리기 때문이다. 영화는 과학과 AI가 아무리 발전해도 정치적 선택이 바뀌지 않으면 아무 의미가 없다는 냉혹한 현실을 보여준다. 결국 기술은 중립적이지만, 기술을 해석하고 활용하는 인간의 욕망은 결코 중립적이지 않다.
미디어 시스템과 알고리즘이 만든 집단적 외면
돈 룩 업에서 가장 인상적인 장면은 뉴스쇼와 SNS다. 혜성 충돌이라는 인류 최대 위기조차 예능화 되고 소비된다. 2026년 현재 미디어 환경은 이보다 더 파편화됐다. 알고리즘은 사용자가 보고 싶어 하는 정보만 반복 노출하고, 불편한 진실은 클릭 수가 나오지 않는다는 이유로 밀려난다. 영화 속 “웃기게 말해 달라”는 요구는 현실에서도 그대로 재현된다. 전문가의 경고보다 자극적인 제목과 감정적 프레임이 더 멀리 확산된다. 이 과정에서 진실은 희석되고, 위기는 의견 중 하나로 전락한다. 돈 룩 업은 미디어가 진실을 왜곡해서가 아니라, ‘선별적으로 전달함으로써’ 사회적 외면을 만든다는 점을 정확히 짚는다. 이는 단순한 언론 비판을 넘어 알고리즘 기반 정보 소비 구조 전체에 대한 경고다.
선동 정치와 대중 심리가 만들어낸 파국
영화의 핵심은 혜성이 아니라 대중 심리다. 정치 지도자는 위기를 해결하기보다 지지율 관리에 집중하고, 대중은 불편한 진실보다 듣기 좋은 거짓말을 선택한다. “돈 룩 업”이라는 구호는 사실을 부정하자는 말이 아니라, 생각하지 말자는 집단적 합의다. 2026년에도 선동은 여전히 가장 강력한 정치 도구다. 위기는 음모론으로 분해되고, 책임은 상대 진영에 전가된다. 영화는 대중을 무지한 존재로 조롱하지 않는다. 오히려 불안과 피로 속에서 쉽게 단순한 메시지에 기대는 인간의 심리를 보여준다. 결국 돈 룩 업의 파국은 특정 인물의 실패가 아니라, 사회 전체가 선택한 결과다. 이 점에서 영화는 재난영화가 아니라 집단 심리 보고서에 가깝다.
총평
작전 실패 이후 혜성은 지구로 향하고, 더 이상 막을 방법은 없다. 사람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마지막 시간을 보내며, 혜성은 결국 지구에 충돌한다. 영화는 영웅의 등장이나 기적 없이 조용한 종말을 선택한다. 다시 보는 돈 룩 업은 “왜 인류는 항상 경고를 무시하는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AI와 과학, 미디어가 아무리 발전해도 선동과 외면이 반복된다면 결말은 달라지지 않는다. 이 영화는 끝났지만, 질문은 아직 진행 중이다. 지금 우리는 과연 혜성을 똑바로 보고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