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처음 아이를 키우면서 가장 많이 고민했던 것 중 하나가 젖병 소독이었습니다. 주변에서는 식기세척기 소독 기능이면 충분하다고 했지만, 저는 계속 불안했습니다. 정말 완전히 소독이 되는 걸까, 아직 면역력이 약한 아기인데 괜히 편하게 하려다 문제가 생기는 건 아닐까 하는 걱정이 끊이질 않았습니다. 결국 저는 조금 번거롭더라도 매일 끓인 물에 젖병을 넣어 열탕 소독을 했고, 아이 돌 때까지 거의 매일 그렇게 했습니다.
100일까지는 매일 소독이 필요합니다
신생아 시기에 위생 관리가 중요한 이유는 면역력 때문입니다. 생후 2~3개월까지는 감염에 취약해서 작은 균에도 폐혈증 같은 심각한 상태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서도 생후 2개월까지는 하루에 한 번 이상 젖병을 소독하라고 권장하고 있습니다.
제가 직접 경험해보니 생후 100일까지는 정말 신경 쓸 일이 많았습니다. 젖병뿐 아니라 쪽쪽이, 치발기, 딸랑이처럼 아기 입에 들어갈 수 있는 모든 것을 관리해야 했습니다. 특히 분유를 먹이는 경우 상온에서 2시간만 지나도 균이 증식하기 시작하기 때문에 사용 후 바로 세척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젖병 부품을 다 분리해서 깨끗한 솔로 씻고, 공기 중에 말린 다음 열탕이나 스팀으로 소독하는 과정이 생각보다 시간이 걸렸습니다. 밤에 수유하고 나서 젖병을 또 끓여야 할 때는 솔직히 '왜 이렇게까지 하고 있지' 싶을 때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직접 끓여서 소독하고 나면 마음이 훨씬 편했습니다.
열탕소독이 마음 편한 이유
요즘은 젖병 전용 소독기도 있고 식기세척기에 소독 기능도 있어서 편하게 관리할 수 있습니다. 저도 처음에는 식기세척기 젖병 소독 기능을 몇 번 사용해 봤습니다. 버튼 하나만 누르면 끝이라 정말 편했습니다.
그런데 막상 사용하면서도 마음 한쪽이 계속 불안했습니다. 눈으로 직접 확인하지 못하니 괜히 찝찝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결국 저는 가장 원시적인 방법인 열탕 소독을 선택했습니다. 물을 팔팔 끓이고 젖병과 젖꼭지를 넣어 몇 분씩 소독하는 방식입니다.
분유를 탈 때도 70도 이상의 물에서 타야 사카자키균 같은 세균을 억제할 수 있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저는 분유 포트를 70도로 설정해두고 사용했는데, 그렇게 타서 찬물 중탕으로 빨리 식히는 방법이 생각보다 괜찮았습니다. 조금 번거롭더라도 부모가 마음 편한 방법이 결국 가장 맞는 것 같습니다.
100일 이후에는 강박에서 벗어나도 됩니다
생후 100일이 지나고 아이가 건강하게 잘 크고 있다면 매일같이 강박적으로 소독할 필요는 없습니다. 며칠에 한 번씩 소독하는 정도로도 충분합니다. 100일 이후에는 아이의 면역력도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아가는 시기입니다.
흥미로운 점은 너무 과도한 소독이 오히려 면역 발달에 방해가 될 수 있다는 위생 가설입니다. 우리 몸에는 장내 세균처럼 공생하는 유익균이 필요한데, 모든 것을 소독해 버리면 이런 균이 들어올 기회가 없어집니다. 그러면 면역 기능에 오류가 생겨 알레르기나 아토피 같은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설명입니다.
물론 이것이 알레르기 증가의 유일한 원인은 아니지만, 무균 상태가 꼭 좋은 것만은 아니라는 점은 분명합니다. 제 경험상 100일 이후부터는 조금 힘을 빼고 육아를 해도 괜찮았습니다. 아이가 조금씩 돌아다니고 여기저기 만지기 시작하면 어차피 모든 것을 통제할 수는 없습니다.
다만 아이가 아플 때나 형제가 있는 경우, 친구들이 놀러왔을 때는 한 번씩 소독해 주는 것이 좋습니다. 면역력이 떨어진 상태에서는 작은 균에도 쉽게 감염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지금 돌이켜보면 육아용품 소독 문제는 방법보다 부모가 안심할 수 있는 방식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누군가는 소독기를 쓰고, 누군가는 식기세척기를 쓰고, 저처럼 끓는 물에 소독을 할 수도 있습니다. 중요한 건 아이를 생각하는 마음과 그 마음을 실천하는 방식입니다. 100일까지는 조금 힘들더라도 꼼꼼하게, 그 이후에는 상황에 맞게 유연하게 대처하면 충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