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산을 앞두고 준비물 리스트를 검색하다 보면 머리가 지끈거리지 않으신가요? 저도 첫째 임신했을 때 이것저것 장바구니에 담다가 정작 뭐가 필요한지 갈피를 못 잡았던 기억이 납니다. 광고는 다 좋아 보이고, 선배맘들 후기는 제각각이고요. 그래서 제가 두 아이를 키우면서 정말 돈 값 했다고 느낀 필수 육아템과, 반대로 굳이 안 사도 되는 것들을 경험을 바탕으로 정리해 봤습니다. 불필요한 지출은 줄이고, 진짜 유아지(육아의 질)을 높여주는 아이템만 똑똑하게 준비하실 수 있도록 도와드리겠습니다.
신생아 필수템, 정말 다 필요할까요?
신생아 의류 준비하실 때 어른들이 "아기 옷은 헌 옷이 더 좋다"고 하시는 말, 들어보셨죠? 저는 처음엔 그냥 옛날 말씀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과학적 근거가 있더라고요. 새 옷에 남아 있을 수 있는 포름알데히드 같은 화학 성분이 여러 번의 세탁을 거치면서 자연스럽게 제거되고, 원단도 부드러워져서 연약한 신생아 피부에 자극이 덜하다고 합니다(출처: 한국소비자원 섬유제품 안전성 조사). 제가 첫째 때 배냇저고리는 대부분 물려받아 입혔는데, 실제로 피부 트러블이 거의 없었어요.
손수건은 예상보다 훨씬 많이 필요합니다. 제 경험상 최소 20장은 준비하셔야 세탁 돌리는 사이클이 편합니다. 저는 부드러운 대나무 섬유(bamboo fiber) 손수건과 일반 면 손수건 두 종류를 나눠서 썼어요. 대나무 섬유는 흡수력이 뛰어나고 항균 효과가 있어서 아기 얼굴이나 입 주변 닦을 때 좋았고, 일반 면 손수건은 토한 것 받치거나 엉덩이 닦을 때 부담 없이 썼습니다. 특히 큰 사이즈 천 기저귀(muslin cloth) 몇 장은 꼭 구비하세요. 급할 때 속싸개로도 쓰고, 목욕 타월로도 쓰고, 외출 시 바닥 매트로도 쓰는 진짜 만능 아이템이거든요.
기저귀는 정착하기 가장 어려운 육아템 중 하나입니다. 브랜드마다 핏(fit)이 다르고, 아기 피부 타입에 따라 발진이 생기기도 해요. 저는 처음부터 대량 구매했다가 맞지 않아서 후회한 적이 있습니다. 요즘은 기저귀 샘플팩을 전문으로 파는 온라인 사이트들이 많으니까 여러 브랜드를 소량씩 써보고 결정하시는 걸 추천합니다. 흡수체 소재(SAP, Super Absorbent Polymer)나 통기성 커버 여부도 체크해 보세요.
로션은 의외로 신생아 때 거의 필요 없습니다. 아기는 태생적으로 태지(vernix caseosa)라는 천연 보습막을 가지고 태어나는데, 이게 생후 1~2개월까지는 자연 보습제 역할을 해주거든요. 제 둘째는 생후 한 달까지 로션 한 번도 안 발랐는데 피부가 정말 촉촉했어요. 다만 그 이후부터는 무향료·무파라벤 제품으로 보습해 주는 게 좋습니다.
육아 꿀템, 이건 진짜 살 만합니다
매직 기저귀 쓰레기통, 혹시 들어보셨나요? 저는 첫째 때 일반 쓰레기통 쓰다가 여름에 냄새 때문에 정신이 하나도 없었습니다. 뚜껑 닫아도 은은하게 올라오는 그 냄새… 손님 오기 전에 급하게 베란다로 옮기고 그랬어요. 둘째 때는 매직 쓰레기통으로 바꿨는데, 확실히 냄새 차단력이 달랐습니다. 이 제품의 핵심은 밀폐 시스템(sealing system)인데, 기저귀를 넣고 뚜껑을 돌리면 개별 밀봉이 되는 구조라서 악취가 거의 새지 않아요. 무엇보다 비울 때가 정말 편했습니다. 왼쪽 커팅 날에 봉투를 갖다 대면 깔끔하게 잘리고, 아래만 묶으면 새 봉투 교체 없이 바로 재사용 가능했거든요. 아기 안고도 한 손으로 처리할 수 있어서 정말 편했습니다. 단점은 리필 봉투 값이 은근히 계속 나간다는 거지만, 그래도 저는 만족했어요.
각도 조절 수도꼭지는 제 허리를 구원해 준 제품입니다. 신생아는 하루에도 서너 번씩 뒷물을 씻겨야 하는데, 허리 숙이고 한 손으로 아기 잡고 물 틀고… 며칠 지나니까 손목이 저릿하더라고요. 회전식 샤워 헤드(rotating shower head)가 달린 각도 조절 수전으로 바꾸니까 물을 아기 쪽으로 당길 수 있어서 몸을 덜 숙이게 됐어요. 그 사소한 차이가 진짜 컸습니다. 설치도 간단해요. 기존 세면대 수전에 맞는 어댑터 사이즈만 확인하고, 돌려서 끼우기만 하면 되거든요. 양치할 때도 컵 없이 바로 헹굴 수 있어서 그것도 편했습니다.
아기침대와 기저귀 갈이대는 엄마 관절 건강을 위해 꼭 추천합니다. 저는 첫째 때 바닥 생활을 했는데, 하루에도 수십 번씩 앉았다 일어났다 반복하니까 무릎이 정말 아팠어요. 산후조리(postpartum care) 기간에는 특히 관절에 무리가 가면 회복이 더디거든요. 아기침대는 굳이 비싼 신제품이 아니어도 됩니다. 저는 당근마켓에서 저렴하게 구해서 잘 쓰고 다시 판매했어요. 기저귀 갈이대도 높이가 허리 높이에 맞춰져 있어서 정말 편했습니다. 만삭 때 몸이 무거워서 신발 집게를 하나 샀는데, 출산 후에도 한동안 요긴하게 썼어요. 가격도 5,000원 정도로 저렴하니까 무릎 아프신 분들은 한번 써보세요.
실사용 후기, 솔직하게 말씀드립니다
젖병, 젖꼭지, 쪽쪽이는 정말 아기마다 선호도가 천차만별입니다. 제가 "국민템"이라는 젖꼭지를 믿고 여러 개 샀는데, 우리 첫째는 뱉어버리더라고요. 배고파서 울 때 억지로 물리려다가 아기가 완전히 화나서 온 집안이 떠나가라 울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그래서 드리고 싶은 말씀은, 절대 한 종류를 여러 개 미리 사두지 마시라는 겁니다. 아기 구강 구조나 빠는 힘, 유두 혼동(nipple confusion) 여부에 따라 선호도가 정말 다르거든요.
젖병은 유리 젖병과 플라스틱 젖병 중 선택이 갈릴 텐데요. 저는 유리 젖병을 썼습니다. 비스페놀-A(BPA) 같은 환경호르몬 걱정이 없고, 열탕 소독을 마음껏 할 수 있어서 마음이 편했어요. 다만 새벽 수유할 때 한 손으로 들고 있으면 생각보다 무겁더라고요. 특히 잠 덜 깬 상태에서는 더 무겁게 느껴졌습니다. 그래도 저는 끝까지 잘 썼어요. 대신 아기가 좀 커서 혼자 잡으려고 할 때는 솔직히 살짝 불안했습니다.
분유 제조기는 고민하다가 결국 안 샀고, 대신 분유 보온병(formula warmer)을 썼어요. 저는 미리 젖병에 분유를 계량해 두는 방식으로 했거든요. 새벽에는 진짜 멍해요. 몇 스푼 넣었는지 기억 안 나요. 한 번은 세 스푼 넣었는지 네 스푼 넣었는지 헷갈려서 그냥 다 버리고 다시 탄 적도 있어요. 그래서 미리 계량해두는 게 저한테는 훨씬 나았습니다. 제조기는 편하다는 말 많지만, 세척 빈도가 잦고 물때 관리가 번거롭다는 후기가 많아서 저는 포트가 더 맞았어요.
분유 포트는 물을 100도로 끓인 후 40도까지 냉각시켜 그 온도를 유지해 주는 방식인데, 이 냉각 시간이 보통 1~2시간 걸립니다. 그러니까 세척하거나 새로 물 끓일 때는 아기 수유 직후에 바로 준비해 두는 게 좋아요. 여기서 꿀팁 하나 드릴게요. 퇴소하실 때 남편분께서 미리 집에서 물을 끓여서 온도 맞춰놓고 산모와 아기를 데리러 가시는 걸 추천합니다. 저는 집에 딱 도착했는데 아기가 갑자기 배고프다고 울어서 당황했던 기억이 있거든요.
카시트는 가급적 신제품으로 구매하시는 걸 권합니다. 저는 웬만한 아기용품은 다 물려받거나 중고로 샀지만, 카시트만큼은 무조건 신제품을 고집했어요. 중고 제품은 사고 이력을 확실히 알 수 없고, 아기 생명과 직결된 안전장치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출처: 도로교통공단 어린이 교통안전). 혹시 중고를 고려하신다면 사고 이력과 제조일자를 꼭 확인하세요. 저는 첫째 때 구형 제품을 선물로 받았는데, 아이소픽스(ISOFIX) 방식이 아니라서 설치도 어렵고 아기가 크면서 공간이 좁아서 정말 불편했어요. 둘째 때는 회전형 카시트로 바꿨는데 신세계였습니다. 버튼 한 번에 돌려서 태우고 내리니까 허리 부담이 확 줄었거든요. 가격은 부담됐지만, 이건 진짜 "돈 값 한다"는 느낌이었어요.
수유 쿠션 외에 수유 시트도 정말 유용했습니다. 첫째 때 조리원에서 선물로 받아서 썼는데, 너무 좋아서 주변 친구 조카에게로 돌고 돌다가 둘째 때 다시 저희 집으로 돌아왔을 정도예요. 신생아는 척추에 힘이 없잖아요. 이 수유 시트가 아기의 척추를 안정적으로 받쳐주니까 엄마 팔도 편하고 아기도 훨씬 안정적인 자세로 수유할 수 있었습니다.
결국 제가 느낀 건 하나였어요. 다 필요 없고, 내 몸이 편한 게 오래간다는 거예요. 광고 많이 본다고 좋은 게 아니라, 실제로 생활 속에서 "아, 이건 잘 샀다" 싶은 게 진짜 남는 육아템이라는 걸 깨달았습니다. 여러분도 오늘 소개한 경험을 참고하셔서 각자의 육아 스타일에 맞게 현명하게 준비하셨으면 좋겠습니다. 너무 완벽하게 준비하려고 애쓰지 않으셔도 괜찮아요.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아기를 건강하게 만나는 일, 그 자체만으로도 여러분은 이미 충분히 멋진 부모가 될 준비를 마친 거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