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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사고나 산재, 의료사고 손해배상 상담을 하다 보면 의뢰인 분들이 가장 먼저 묻는 질문이 있습니다. "감정 결과가 이미 나왔는데, 보험사가 반박 자료를 낸다고 뒤집힐 수 있나요?"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가능합니다. 다만 아무렇게나 이의를 제기한다고 되는 게 아니라 동시감정이라는 절차적 장치를 정확히 이해하고 활용해야 합니다.

실제로 제가 지켜본 사건 중 하나는, 법원 감정의가 후유장해율을 18%로 판정했는데 보험사 측 자문의는 같은 MRI 영상을 보고도 7%라는 의견서를 냈던 경우였습니다. 같은 자료, 같은 부위를 놓고 11% 포인트나 차이가 났고, 그 격차 때문에 조정 테이블이 한 차례 완전히 결렬됐던 기억이 있습니다. 장해율 몇 퍼센트 차이가 별것 아닌 것 같아도, 배상액으로 환산하면 수천만 원에서 많게는 억 단위까지 벌어질 수 있는 문제라 당사자 입장에서는 절대 가볍게 넘길 수 없는 부분이죠.
문제는 많은 분들이 "감정 결과가 불리하게 나오면 그냥 항의하거나 진단서를 더 내면 되는 것 아니냐"고 생각하신다는 점입니다. 하지만 민사소송 구조상 이미 나온 감정 결과를 뒤집으려면 법원이 인정하는 절차, 즉 보완감정·재감정·동시감정 중 상황에 맞는 절차를 밟아야 실효성이 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이 절차들이 각각 어떤 차이가 있고, 실무에서 어떤 방식으로 접근해야 하는지 단계별로 정리해 보겠습니다.
1. 법원 감정의 와 보험사 자문의, 지위부터 다릅니다
법원 감정의의 지위
법원 감정의는 민사소송법에 따라 재판부가 직접 지정하는 중립적 전문가입니다. 당사자 어느 한쪽의 의뢰를 받는 게 아니라 법원의 감정 명령에 따라 절차가 진행되기 때문에, 그 결과는 재판부가 사실을 인정하는 데 있어 상당히 무게감 있는 자료로 쓰입니다. 실제로 판결문들을 살펴보면 감정 결과를 거의 그대로 인용하는 비율이 꽤 높은 편입니다.
보험사 자문의 의견의 한계
반면 보험사 자문의는 보험회사가 자체적으로 의뢰한 의료 자문에 불과합니다. 법원이 정한 중립적 절차를 거친 게 아니기 때문에 증명력 자체는 법원 감정에 비해 제한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다고 아예 무의미한 건 아닙니다. 구체적이고 논리적인 반박 근거가 담긴 의견서라면 재감정을 이끌어내는 계기가 될 수 있습니다.
2. 동시감정이란 무엇이고, 언제 신청할 수 있나
동시감정의 개념
동시감정은 원고와 피고 양측이 함께 참여한 상태에서, 동일한 자료를 놓고 감정을 다시 진행하는 절차입니다. 한쪽만 참여한 단독 감정이나 일방적 자문에 대한 공정성 시비를 줄이기 위해 활용되는 방식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신청 요건
아무 때나 신청할 수 있는 건 아닙니다. 감정 결과 사이에 중대한 모순이 있어야 하는데, 예를 들어 같은 MRI 판독을 두고 장해율이 10% 이상 벌어지거나, 기능검사 수치에 대한 해석이 현저히 엇갈리는 경우가 대표적입니다. 단순히 "내 마음에 안 든다"는 수준의 수치 차이만으로는 부족하고, 의학적 근거 자체가 충돌하는 지점이 있어야 재판부가 받아들입니다.
3. 동시감정 신청, 실제로 어떻게 진행되나
이의신청서 제출
감정 결과가 송달되면 지정된 기간 안에 서면으로 이의를 제기해야 합니다. 이때 중요한 건 "결과가 마음에 안 든다"는 식의 감정적 호소가 아니라, 구체적인 의학적 근거를 조목조목 제시하는 것입니다.
보완감정 또는 재감정 신청
재판부는 이의신청 내용을 보고 보완감정, 재감정, 동시감정 중 하나를 선택합니다. 경험상 감정인의 설명이 다소 부족했던 정도라면 재감정보다는 보완감정이 먼저 진행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제가 상담 과정에서 자주 정리해 드리는 표를 아래에 공유합니다.
절차 유형요건실무 특징
| 보완감정 | 설명 부족 | 추가 질의 중심 |
| 재감정 | 중대한 오류 | 다른 감정인 지정 |
| 동시감정 | 의견 현저 불일치 | 쌍방 참여 |
| 감정인 신문 | 구두 설명 필요 | 법정 출석 |
| 전문가 의견서 제출 | 보조 증거 | 참고자료 수준 |
4. 실무에서 자주 보는 실수들
감정 결과에 감정적으로 대응하는 경우
단순히 "결과가 불리하니까 다시 해달라"는 식으로만 접근하면 십중팔구 기각됩니다. 감정서를 문장 단위로 뜯어보며 어느 부분에서 의학적 모순이 발생했는지 구조적으로 짚어내야 재판부를 설득할 수 있습니다.
후유장해 기준을 섞어서 쓰는 경우
맥브라이드 기준과 AMA 기준을 뒤섞어 비교하면 오히려 논점이 흐려집니다. 같은 기준선 위에서 비교해야 설득력이 생깁니다. 실제로 감정 결과가 어긋나는 많은 사례를 들여다보면, 감정인의 판단 자체가 틀렸다기보다는 적용한 기준이 서로 달랐던 경우가 생각보다 많았습니다.
5. 판결에 미치는 영향과 전략적 접근
재판부는 기본적으로 법원 감정 결과를 우선적으로 신뢰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를 뒤집으려면 감정 결과의 구조적 오류를 명확히 입증하는 것이 필수입니다.
흥미로운 건, 동시감정이 실제로 진행되기 시작하면 판결까지 가지 않고 그전 단계에서 합의로 마무리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는 점입니다. 양측 전문가의 소견이 공개적으로 검증되는 과정 자체가 분쟁의 강도를 낮추는 효과를 내는 것 같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보험사 자문의 소견이 저한테 더 유리한데, 그대로 인정되나요?
A. 법원 감정보다 우선하지는 않습니다. 다만 재감정을 이끌어내는 근거 자료로는 활용될 수 있습니다.
Q. 감정 결과가 마음에 안 들면 무조건 재감정 신청이 되나요?
A. 그렇지 않습니다. 중대한 오류나 모순이 구체적으로 입증되어야 하고, 단순 불복은 받아들여지지 않습니다.
Q. 동시감정은 자주 이루어지는 절차인가요?
A. 일반적인 절차는 아니고, 장해율 차이가 현저한 경우에 한해 예외적으로 허용되는 편입니다.
Q. 전문가 의견서만 제출해도 충분한가요?
A. 보조 자료 역할에 그치는 경우가 많고, 그 자체로 법원 감정을 직접 대체하지는 못합니다.
감정 결과가 불리하게 나왔다고 해서 바로 좌절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중요한 건 감정서의 논리를 하나하나 해부하고, 기준 적용에서 발생한 오류를 찾아 구조적으로 대응하는 태도입니다. 동시감정은 단순한 서류 절차가 아니라 사건의 방향을 바꿀 수 있는 전략이라고 생각합니다. 감정서 한 줄 한 줄을 꼼꼼히 들여다보는 습관이, 결국 배상액을 결정짓는다고 느낍니다.

